고물장수 工氏

by 백성민 on Mar 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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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장수 工氏

 

새벽길을 나서면

졸음 겨운 별들이 낯을 씻기 시작한다.

걸음을 잡는 어둠들은 잠에서 깨지도 않은 채

하품을 하고

머리맡에서 들리던 낮선 여인의 음성은

꿈결처럼 아득하게 들려 왔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아내의 얼굴은 어느 골목길을 해매일까?

습관처럼 삼켜먹는 빵 한 조각과 우유 한 모금이

생목을 불러오고

휘청거리는 햇살을 허리춤에 동여매 본다.

 

성 임마누엘 (무료 급식소) 앞에는 하루를 살아야 할 목숨들이

남아있는 생의 길이만큼 줄서기를 하고

먼발치에 손수레를 세워놓는 허기진 육신은 꿈결 같은 여인의 한때를

근심한다

.

허기진 배를 채우고 돌아서는 길.

무릎은 왜 자꾸 무너지는지.......

 

모진 한숨으로 밤을 새우던 아내의 신 새벽은 빈 손수레를 가득 채우고

골목마다 울리는 공씨의 가위질 소리는 숨은 어둠을 불러낸다.

 

손수레에 끌려 들어온 늦은 시간,

고물상엔 세월을 버린 한숨들이 쌓여 있고

공씨 손에 쥐어지는 만 사천 칠백 오십 원,

 

두 평 반 아내의 얼굴을 찾아 가는 길,

초라한 외등아래는 붕어 빵 장수가 천연하고

거금 일천 원으로 붕어 빵 4마리를 가슴에 품는다.

 

가슴이 따뜻하다.

아내의 속살도 이러했으리라 어둠 속에 묻혀지는 공씨의 어깨 위로 하루가

깃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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