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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種)의 기원
- 행성의 아이들
김추인
난초와 각시붓꽃 사이를 누가 다녀가셨을까
얼마나 오래 시원을 달려와
보이지 않는 경계를 세우셨을까
저 같음 혹은 닮음 사이에 누가 검지를 들어
종(種)을 살짝 틀고
몇 개의 기호 위치를 바꿔 얹으셨을까
가재와 새우 사이를 농게와 칠게 사이를 굴뚝새와 휘파람새 사이를 누가 발자국도 없이 지나갔는지
누가 낯을 바꾸고 밥 먹고 둥지 짓는 법 노래하는 법을 일각씩 틀어 변이의 게놈지도를 엮어놨는지
내 아기도 암늑대의 아기도
태중의 첫 모습은 허리 꼬부라진 새우만 같아서
머리에 꼬리뿐인 순한 벌레 한 마리
수억 년 분화의 길을 따라 얼마나 멀리 걸어 나왔던지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네
한 어미세포(母細胞)의 가지였음을
누가 너와 나 사이를 또 지나가시는가
누가 저 컴컴한 생사의
길이와 깊이를 달리한 프로젝트 뭉치를
목숨의 벌판에 툭 던져두고 돌아서 가시는가
함박눈 자북히 쌓이는 너와 나, 이 쓸쓸함 사이를
계간 < 시와 표현 > 2012,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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