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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도 사랑이다.
목쉰 울음잠긴 가슴을 열었을 때
달빛에 물든
헤진 가리게 사이로
미처 감추지 못한 처진 가슴이 숨가쁘게 솟아오른다.
누군가 베어 먹은 조각달마저 화장을 하고
별 또한 반짝이는데
골목길 외등 아래 그림자만. 길어질 뿐
비틀거리는 기척조차 없다.
지난 밤 어느 땐가 응석받이 손길은 마른 샘가를 맴돌고
비틀어진 신음 사이로 잠깐씩 보이던
얼굴.
오늘은 어디서 취해있을까?
세끼 벌어 한입조차 채울 수 없는
눅눅한 일상이라도
무너진 젖무덤 쓸어주던
손길이 그립다
그대 아는가!
이제는 저 마치 비켜간 살찐 달빛이
늙은 손 잡아당길 인연조차 없겠지만
굳은 손마디로 살비듬 등어리 쓸어주며
거친 숨 마주하던 가난도 사랑이다
빈 쌀독을 뒤지고
내일은 미지근한 온기마저 등 돌릴
마지막 연탄 불구멍 크게 열어 소금국일망정 그댈 위해 차려 놓은 것이
찌들고 찌들어도 사랑이란 이름 부끄럽지 않아서다
바람소리 몰아친다.
비틀거리는 걸음이라도 바티 와 멈추면 좋을 텐데 :청춘을 돌려달라는: 노래 소리만 빈 어둠 속으로 흩어지고
식어버린 국 냄비만 연탄불 위에서 쫄아든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이름
울음소리나 앞세우고 들어볼까
그저 불리고 불렸던 이년아 이놈아
분하고 서러울 만도 한데
이제사 그리운 것은 넘어진 세월 탓이 아닌
가난도 사랑이란 이유다
누가. 아니라 하든가
가난도 사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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