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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
가는 숨결 위로 푸른 뱀 한 마리 지나간다.
시간의 강 언저리에 붉은 꽃 한 송이 피어있고
바람의 물음에
잎 하나씩 손을 흔든다.
스치듯 넘어 온 자리들
누웠던 풀들이 어느새 발돋움을 하고
떨어지는 꽃잎을 받쳐 든다.
어디라도 좋다
빛 한 점 품어낼 수 있다면
바람은 또 불어 올 것이고 비 한줄기 내리리.
돌아서야만 했던 순간들.
오늘은 낯선 어느 곳에서, 긴 그림자를 세울지
푸른 뱀 등허리가 달빛을 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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