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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刀)
섬돌을 짊어지고 자고 깬 아침
머리맡에는 침묵을 지킨 칼날이 울고
배곯은 창자가 따라 운다.
칼날을 움켜쥔다.
서늘한 괘감이 충동을 자극하고
식충을 잡아낼 생각으로 배를 가른다.
촉수는 오장육부를 탐색하고
심장은 더러워졌다.
이미 베어진 칼날에
치료할 수 있는 상처가 아물기도 전
칼날이 다시 울고
아픈 핏줄이 숨을 삼킨다.
무뎌진 칼날이 운다.
생의 한 부분 보일 수 없는 치부를 감춘 탓으로
칼을 갈아야 한다.
짊어진 섬돌을 내려
어둠의 끝을 갈듯
천 년을
만 년을 갈아야 한다.
찾을 수 없는 식충이던
찾아지지 않는 식충이던
칼은 칼의 의미로 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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