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6 11:45

침묵,

(*.88.169.209) 댓글 0 조회 수 10402 추천 수 0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침묵.




달빛에 걸려 누운 그림자가

손을 들어 가리킨다.

손끝에 걸린 달그림자는 누덕누덕 기운 어제의 추억 속으로 또박거리며 걸어 들어간다.

살풋 구름이 달을 가리고

흔적이 사라진 그림자만 깊은 암혈 속으로 바람을 불러들이다

이내 한웅 쿰의 각혈을 시작한다.




뭉턱뭉턱 씹어진 쓸개의 담즙이 다 용해도 되기 전

마른 대 빗자루 하나든 사내가 걸어오고 제 구실도 할 수 없는 누운 그림자를 향해

카악~ 소리를 모아 응혈된 침을 뱉는다.




그림자가 일어나도 응혈된 바닥의 침은 묻어 일어나지 않는다.

빗자루의 쓰임새는 낮은 곳으로의 시작으로 흔적을 남기고

그림자의 묵혼 에도 상처가 남는다.




어느 늙은 취객의 소리침은 울림을 담지 못한 채

시린 통증의 손끝으로 어둠을 파헤치고

형장에서 보는 마지막 빛을 아끼듯, 무거운 한숨 소리와 함께 암혈의 구렁 속에서

빛의 입자들을 캐어 담는다.




밤새 어둡고 서툰 길을 걸어야만 다다를 수 있는 축축한 상념 속에서 낡은 줄을 던져

힘주어 잡아 당겨도 천년의 세월처럼 멀리 있었야만 하는, 제 구실을 할 수 없는 너는

이제야 진정한 놓아짐을 둔다.




발아래에는 누군가 버린 혼돈들이 수북이 쌓여가고 저무는 하루의 온당성을 찾지 못하는

깊은 그림자 하나가 쓸려짐을 기대하는 것은 달빛에 걸린 어제의 노동 탓이다.

오지 않는 새벽은 침으로 얼룩진 바닥에 누워 일어나줄 모르고 작부의 시린 노랫가락 속에서

푸념처럼 불러보는 너는 어느 날에나 숨어서 오려는지?...


낮달의 미소가 머물면 발표된 시가 올라오는 곳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날짜
37 헤후   id: 백성민백성민 11175 2012.07.01
36 태동   id: 관리자관리자 9331 2012.04.16
35 탄식   id: 백성민백성민 10527 2012.05.13
34 칼(刀)   id: 백성민백성민 9955 2012.04.20
» 침묵,   id: 백성민백성민 10402 2012.12.16
32   id: 백성민백성민 12871 2012.03.25
31 지상에서 건지는 마지막 한 마디   id: 백성민백성민 17931 2012.11.25
30 절규 2   id: 백성민백성민 9862 2012.06.12
29 절규 1   id: 백성민백성민 15251 2012.05.06
28 장난감 세상   id: 백성민백성민 10433 2012.04.28
27 자정 미사   id: 백성민백성민 20638 2012.06.12
26 유배된 사상의 분출.   id: 백성민백성민 9889 2012.05.28
25 오 수   id: 백성민백성민 20048 2012.06.24
24 세상이라는 연극 무대   id: 백성민백성민 10421 2012.04.17
23 세 월 .   id: 백성민백성민 15123 2012.05.06
22 사랑하는 사람 하나   id: 백성민백성민 10000 2012.06.04
21 비트.   id: 백성민백성민 12590 2012.12.02
20 방황   id: 백성민백성민 10404 2012.06.12
19 물오름 달   id: 백성민백성민 15808 2013.03.31
18 몰락   id: 백성민백성민 11364 2012.08.18
Board Pagination ‹ Prev 1 2 Next ›
/ 2
Designed by hikaru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