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氏의 일상.

by 백성민 on Mar 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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工氏의 일상.

 

천국동과 황산벌을 오가는 7번 버스의 종점에

마지막 버스가 들어오면

배차원인 공의 일과도 끝이 나고

자정을 넘긴 시간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차부를 나서 가로등마저 어두운 골목 길

바튼 기침 나는 발걸음이 무거웁고

단칸 방 이불 속에 선잠이 들어있을 아내가

매운바람처럼 폐부를 찔러 온다.

 

가출한 아들과

어느 자리에서 웃음을 팔고 있을지 모를 큰딸의

젖은 눈매가 허청 걸음을 걷게 하고

멈추어진 걸음은 자지러지듯 비명을 지르는

쪽문 앞에 서서 큰 숨을 들었다 논다.

 

방문을 열면 반갑지 않은 찬바람이

먼저 들고

아내는 잠에 취한 목소리로 새벽을 걱정하며

꿈결인 듯 다섯 시 십 분을 약속한다.

불을 끄고 아내의 등 뒤로 옹송그레 몸을 뉘이면

잃어버린 고향이 보이고

쫓기듯이 쪽문을 나와 서툰 걸음을 옮기면

왼발을 디디면 오른쪽 어깨가 기울고

오른 발을 디디면 왼쪽 어깨가 기우는

세월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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